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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조동화시선집 『낙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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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조동화시선집 『낙동강』


도서명 : 조동화 시선집 낙동강

저 자 : 조동화

출판사 : 도서출판 초록숲

발행일 : 2021630

판 형 : 신국변형판(200*150mm)/119/하드커버/고급양장제본

가 격 : 16,000

ISBN 978-89-98932-13-8 


책 소개-서정시(抒情詩)의 아름다움

 

조동화 시선집 낙동강이 출간되었다. 1978년 박재삼 선생 선으로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조 낙화암이 당선된 후, 윤석중 선생 선으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첨성대(1983), 심경림 선생 선으로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시 낙동강(1991)이 각각 당선된 바 있는 시인은, 그동안 시집 열 권, 동시집 두 권을 냈다. 시집으로는 열한 번째 시집, 전체 저서로서는 열네 번째 책인 셈이다.

이번 시선집은 1부에서 시 58, 2부에서 시조 50, 동시 35, 도합 143편을 모은 시선집이다.

1부에서는 시들을 모았다. 처용 형님과 더불어, 강은 그림자가 없다, 나 하나 꽃피어, 쥐똥나무 열매만한 시들등의 시집에서 46, 자전적 산문시 12편을 더 보태어 총 58편의 시들을 모았다. 이 가운데는 장형시 낙동강을 비롯하여 부지, 별리, 김장, 서동의 노래 1, 가을 산행, 관계, 귀향, 파적, 나무의 정체, 나 하나 꽃피어, 고대적 시간, 근황, 수평선, 봄밤, 모과풍령초등과 자전적 산문시 출생기, 나 하나를 당신의 전부로, 가슴으로 우는 법등이 수록되었다. 이 가운데서 특히 눈길이 머무는 작품은 오래도록 시낭송가들의 단골 메뉴가 되어온 낙동강, 시인을 일약 국민시의 반열에 올려놓은 나 하나 꽃 피어, 이루지 못한 사랑을 노래한 부지등이다.

2부에서는 시조들을 모았다. 낙화암, 산성리에서, 낮은 물소리, 영원을 꿈꾸다, 고삐에 관한 명상등이 시조집에서 각 열 편씩 50편을 모았다. 이 가운데는 뻐꾹뻐꾹, 설야, 설일, 별을 보며, 반월성, 목련, 노고단 가서, 빛을 보고, 시론, 흰 동백, 시월, 가을 언덕에서, 눈 내리는 밤, 새들이 와서, 수박, , 고비사막 신기루, 첫 흔적, 박재삼문학관 가서, 가을 어귀에서, 독에 관하여, 고삐에 관한 명상등이 수록되었다. 시조 가운데서 가장 눈길이 머무는 작품으로는 뻐꾹뻐꾹, 시론, 새들이 와서, 첫 흔적등이다.

3부에서는 동시들을 모았다. 우리나라 나비 새 풀 나무, 우리나라 나비 새 풀 나무 2두 권의 동시집에서 24, 타이밍을 놓쳐 미처 동시집으로 묶지 못했던 작품들 중에서 11, 이렇게 해서 총 35편을 모았다. 이 가운데는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인 첨성대를 비롯하여 시월이 오면, 지구의 무게, 나 잠든 사이, 바람은, 시조 짓기, 풍란, 나비들의 애벌레와 먹이식물, 제일 긴 나비 이름, 뿔나비, 산골 장날, 왕은점표범나비, 깝작도요, 장다리물떼새, 우리나라 풀이름 익히기등이 수록되었다. 이 가운데서 특히 눈길이 머무는 작품으로는 시월이 오면, 바람은, 나비들의 애벌레와 먹이식물, 제일 긴 나비 이름, 왕은점표범나비등이다.

시인이 한평생 시를 쓴다고 할 때 그 누구를 막론하고 길이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고 시인 자신이 자부할 수 있는 시는 불과 네댓 편에 불과하다. 아니 어쩌면 네댓 편도 너무 후하게 잡은 것일지 모른다. 더더구나 온 국민이 너나없이 칭송하는 시 한편을 가진다는 일은 신이 특별히 허락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동화 시인은, 스무 권 내지 서른 권이 넘는 시집을 내고도 길이 남을 명편(名篇) 한 편이 없는 시인이 대다수인데 반해, 열 권 남짓한 시집을 냈으면서도 그중에 나 하나 꽃피어같은 국민시 한 편을 낳았다는 사실은 실로 그의 시가 받은 축복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출판사 리뷰

 

시인 조동화는 시, 시조, 동시라는 세 분야에 각각 한 번씩 도합 세 번이나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이른바 시 분야에서 사이클히트를 날린 다재다능한 시인이다.

그의 열네 번째 시집인 조동화 시선집 낙동강에서 언뜻 살펴보아도 기억해야 할 명시들은 많다. 그중에 몇 편 정도만 만나 보기로 하자

 

1

어린 시절 나는 엄마의 등에 업혀 처음으로 낙동강을 보았다 동백기름 냄새 향긋한 엄마의 어깨 너머 멀리 아득히 보이던 비취빛 강물그러나 미처 그것이 강인 줄을 모르고, 하늘이 제 많은 자락 중에 유독 짙푸른 한 자락을 내려, 산과 산 사이로 천천히 끌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2

강을 사이에 두고 숨 가쁜 전쟁이 오가던 그 여름, 아버지는 먼길을 떠나셨지 강을 건너서 마른 황토黃土, 먼지 이는 산 굽이 길을 뚜벅뚜벅 아버지는 멀어져 가셨지

 

3

학교가 파하고 나면 나는 홀로 강둑에 앉아 종무소식終無消息인 아버지를 그리며 종이배를 접어 띄우곤 하였다 물결을 따라 물결 앞세우고 따라갈 수 없는 먼 곳으로 남실남실 사라져 가던 하얀 종이배

아버지는 보셨는지 몰라, 그리움을 실어, 내 소년을 실어 날마다 띄워 보낸 그 많은 종이배를

 

4

깊은 밤 어머니는 곧잘 강으로 가셨다 아버지의 마지막 뒷모습을 보셨던 것일까, 달빛에 젖어 빛나던 어머니의 눈물, 꼭 어디론가 훌쩍 떠나가실 것만 같은 예감에 몰래 어머니의 뒤를 밟아온 나는 또한 소리 없이 울었다 무성한 갈대숲에 몸을 숨긴 채

 

5

오래 응석받이 손주의 든든한 울이셨던 할아버지, 당신께서는 생전에 즐겨 자주 난을 치셨지 눈부신 화선지 위에 늘 알맞게 휘어져 있던 묵란墨蘭 이파리, 이제 나는 알겠네 흰 달빛 아래 아득한 모랫벌이 한 장 화선지로 깔리는 이 밤, 비로소 고개 끄덕이며 알아보겠네 먼 산굽이 휘어져 돌아가는 묵란 이파리 하나, 한평생 휘어지고 또 휘어져서 마침내 아주 강물 위에 포개진 할아버지 그 묵란을

 

6

아침나절, 나는 어린것의 손을 잡고 산 위에 올라 낙동강을 보았다

첩첩한 산기슭을 돌고 돌아서 아스라이 굽이치는 순은純銀빛 먼 강물, 흰 두루막 입은 할아버지의 뒤를 소복素服한 어 머니도 따라가고 있었다 오오, 아프고도 소중한 인연因緣의 모습!

나는 문득 어린 것을 무동 태우고 오래오래 먼 강물을 가리켜 보였다

-<낙동강> 전문

 

이 작품은 조동화의 시편들 가운데서 최장편 시인데, 1은 멀리 산과 산 사이로 바라보이는 강의 인상을 늘이 제 많은 자락 중에 유독 짙푸른 한 자락을 내려, 산과 산 사이로 천천히 끌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것은 어린 눈으로 바라본 낙동강에 대한 첫 인상이지만 착각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 착각이 이 아름다운 명편의 도입부라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사실이 아닌 착각도 일종의 느낌이므로 얼마든지 아름다움의 정수(精髓)로 승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겠다.

2는 전쟁 중에 집을 떠나신 아버지의 모습, 3은 아버지를 그리며 강가에서 종이배를 띄우는 아들의 모습, 4는 깊은 밤 곧잘 강변을 찾으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각각 그려내고 있다.

5는 자식을 앞세우고 서러운 한평생을 살아가신 파란만장한 할아버지의 삶을 형상화했다. 산이 앞은 막아서면 강은 난초이파리 휘어지듯 먼 산굽이를 돌아 유유히 흘러간다. 할아버지도 운명 앞에서 삶의 고비마다 휘어지고 또 휘어지며 난초이파리 휘어지듯 흘러가셨다.

6은 어른이 된 아들이 자신의 아들을 무동 태우고 산에 올라 낙동강을 바라보는 모습이다. 할아버지의 뒤를 소복한 어머니가, 어머니의 뒤를 다시 아들과 손자가 뒤따라 흘러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강만 강이 아니라 모두가 애달픈 인연의 강임을 급기야 보아내고 있는 것이다.

바라볼 만하거든/ 개울 하나 두고

손 흔들 만하거든/ 강물 하나 두고

이도 저도 안 되거든/ 바다 하나 두고

- <별리> 전문

이 작품은 작별을 3단계로 구분하여 노래하고 있다. 그러니까 별리란 처음에는 서로가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거리에서 시작되고, 좀 더 시일이 지나면 손이라도 흔들 수 있는 강을 사이에 두는 단계로 진행되며, 종당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단계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이라면 개울 하나 사이에 있을 때 소리쳐 화해하고, 그것이 안 되면 하다못해 강물 하나 정도 사이에 있을 때라도 서둘러 손 흔들어 화해하는 편이 낫다. 미적대다가 끝내 바다 하나가 사이에 놓이고 나서는 이제는 돌아가려야 돌아갈 수 없는 처지가 되고 만다. 그럴 때 되돌릴 수 없는 한을 무엇으로 다스릴 수 있을 것인가!

 

장작을 태워보고 알았다

나이테는

한 겹 한 겹 쌓인 세월이 아니라

켜켜이 잠재운 불이었음을,

온몸의 잎들을 집열판처럼 펴서

해해연년 봄부터 가을까지

그가 열렬히 흠모한 태양이었음을,

마침내 땅에 묶인 저주를 풀고

하늘 향해 회오리치는

자유의 혼이었음을

장작을 태워보고서야 처음 알았다

-<나무의 정체> 전문

 

나무가 가지들을 뻗어 수많은 잎들을 달고 서 있다. 그러나 그것은 나무의 정체가 아니다. 무성한 잎들이 다 진 겨울나무에서도 나무의 정체는 보이지 않는다. 나무의 진정한 정체는 그 나무를 베어서 통나무를 만들고 도끼로 쪼개어 장작을 만들어서 난로에 태울 때에야 비로소 드러난다. 장작에 불이 붙어 불꽃이 타오를 때 비로소 우리는 그 나무가 켜켜이 잠재운 태양의 열과 빛이었음을 뒤늦게나마 깨닫게 되는 것이다.

 

해마다 유월이 오면/ 한지로 만든 초롱 이고 지고/ 우리 집을 찾아오는/ 방물 장수가 있다

-<모과풍령초> 전문

 

절묘한 작품이다. 해마다 유월에 개화하는 모과풍령초를 노래한 이 작품에서 시간의 공간화 전략을 볼 수 있다. 시인은 이 작품에서 모과풍령초를 한지로 만든 초롱 이고 지고 우리 집을 찾아오는 떠돌이 방물장수의 모습으로 잡아내고 있다. 조동화 시의 또 하나의 매력이 아닐 수 없다.

낮달,

사금파리,

물새 눈부신 죽지

 

절벽에 부서지는 파도의 큰 눈사태

 

먼 옛날 계림을 적신

이차돈의

핏자국

-<흰 동백> 전문

 

이 작품은 겨우 다섯 가지 사물을 문자로 죽 나열해 놓음으로써 한 편의 시를 이룩하고 있다. 낮달, 사금파리, 물새 눈부신 죽지, 절벽에 부서지는 파도의 근 눈사태, 이차돈의 핏자국, 이 다섯 가지를 그냥 나열한 것이 다인데, 흰 동백이라는 놀라운 변용이 일어나는 것이다. 나열한 다섯 가지 사물이 어찌해서 흰 동백이 되는가? 여기까지 말해도 아직 눈치 채지 못한 사람이 있으리라. 한 가지 힌트를 더 제공해보자. 그것은 곧 모두 흰 빛이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다섯 가지 사물이 모두 흰 빛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시는 결국 흰 동백을 형상화하기 위해 각각 흰 빛을 가진 사물 다섯 가지를 나열한 데 지나지 않는 것이다.

 

오늘 저 나무들이 파릇파릇 눈뜨는 것은 이 며칠 새들이 와서 재잘댔기 때문이다 고 작은 부리로 연신 불러냈기 때문이다.

-<새들이 와서>

 

봄이 와서 나무들이 파릇파릇 눈을 뜬다. 그런데 그 이유를 시인은 나무가 생명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라거나, 자연의 섭리 때문이라 하지 않고 이 며칠 새들이 나뭇가지를 찾아와 새싹들을 불러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란 거창한 주의주장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다. 그냥 별 것도 아닌 사실을 연관 지음으로써 놀라운 변용을 꾀하는 일이다.

 

큰 바다/ 밤새도록/ 타이르고/ 떠나간 뒤

 

흠과 티/ 하나 없이/ 누그러진/ 가슴팍을

 

도요새/ 붉은 발목이/ 찍어 넣는/ 첫 흔적!

-<첫 흔적> 전문

 

그득히 들어와 출렁이던 바다가 썰물 때가 되어 저만치 멀리 물러간다. 드넓은 갯벌이 드러난다. 한없이 부드럽고 누그러진 갯벌에 붉은 발목을 가진 도요새들이 와서 그 발목으로 첫 흔적을 새긴다. 바로 이처럼 우리 인간의 마음에도 누군가가 와서 사랑의 흔적을 찍어 넣을 때가 있다. 바로 그때부터 그 마음은 잠 못 들고 앓기도 하고 그리움에 젖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크고 소중한 첫 흔적은 신께서 우리 마음에 찍어 넣으시는 첫 흔적이다. 그럴 때 그는 난생처음으로 감겨 있던 눈을 뜨고는 전혀 꿈꾸지 못했던 어려운 길을 떠나기도 하는 것이다.

 

아침이면 누군가/ 풀 한 포기/ 천칭저울 삼아/ 지구의 무게를 달아보고 있다

 

한쪽은/ 뿌리에 칭칭/ 지구를 동여매 놓고/ 또 한쪽은/ 풀잎 끝에 달랑/수정 분동 하나 올려놓아/ 우리 사는 지구를 달아보고 있다

 

오늘 아침도/ 지구의 무게는/ 이슬/ 한 방울!

-<지구의 무게>

 

대단한 상상력이다. 풀잎 끝에 맺힌 이슬을 보고 천칭 저울을 생각하고 그로부터 지구의 무게를 유추해낼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작품은 그 어려운 상상력을 펼쳐내고 있다. 누가 우리 사는 지구의 무게를 이슬 한 방을로 달아보는가? 그분은 바로 창조주이신 신뿐이다.

 

유월이 오면/ 어느 주말 하루쯤/ 엄마아빠랑 배 타고

엉겅퀴, 금방망이 피어나는

서해바다 외딴 섬

굴업도에 갈까

 

야생화한 염소와 꽃사슴이/ 개머리 억새 초원에/

길을 내고 똥을 누어/ 애기뿔쇠똥구리들이

산다는 곳

 

그 잘 썩은 똥거름 먹고/ 지천으로 피는

엉겅퀴, 금방망이 꽃밭에서

멸종위기종 왕은점표범나비를

하루에 300마리는/ 쉽게 볼 수 있다는 곳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너울너울 옮겨 앉으며/ 맛있게 꿀을 따는

눈에 삼삼한/ 왕은점표범나비 만나러

굴업도에 갈까,

유월이 오면

-<왕은점표범나비> 전문

 

왕은점표범나비는 우리나라 멸종위기종 나비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이 나비를 서해바다 외딴 섬 굴업도에는 해마다 6월경에 하루에 300마리 정도는 넉넉히 볼 수가 있다고 한다. 그곳에서 키우다 방목해 버려 야생화한 염소와 꽃사슴들이 풀밭에다 똥을 누어 애기뿔쇠똥구리도 살고 왕은점표범나비도 흔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 정도라면 지상의 낙원이 따로 없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너울너울 날고 있는 왕은점표범나비를 생각해보라. 그보다 멋있는 광경이 또 어디 있겠는가!

박명숙 시인의 해설

빛과 화음의 자리에서

 

 

1. 시인과 고향

 

짧은 겨울 햇살을 받으며 낯선 시골 마을로 들어섰다. 구미시 무을면 오가 1, 시인이 태어난 고향이며 시인의 빛나는 명편들이 태어난 산실이기도 하기에 한번은 다녀오고 싶던 곳이었다. 한길로부터 깊숙이 들어앉은 오가 1리는 제법 먼 길이었다. 창녕조씨 집성촌, 갈래 많은 골목들이 실핏줄처럼 벋어가며 한때는 번성한 풍모를 과시했을 마을에서, 선산과 고향을 지키는 노인들이 무채색 오후를 맞고 있었다. 마을 안쪽 중앙에 자리잡은 시인의 생가를 노인들은 안집이라 불렀다. 반듯하고 정갈해 보이는 작지 않은 몸채였다. 하지만 긴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쇠잔하게 낡아가는 처지는 이웃의 오래된 여느 집들이나 진배없어 보였다. 친척인 집주인은 출타 중이고 안주인은 귀를 먹어 시인의 옛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없는 아쉬움만 남기고 돌아서야 했던 날, 잠깐 일별한 산마을에서의 시간은 어린 시인 조동화의 얼굴이 희미한 밑선을 그리며 무채색 크로키처럼 곁을 스쳐 가던 시간이기도 했다.

남다른 기다림과 외로움으로 마음 주렸을 유년 시절, 그 태생지에서 겪었을 지워지지 않는 시간의 상처와 아픔도 결국은 시인의 숙명을 점지받느라, 시인으로 살 수밖에 없는 가혹한 대가를 치르느라 그랬던 건 아니었을까 싶다. 어머니의 어린 아들과 할아버지의 어린 손주, 그 여물지 못한 슬픔을 씻기고 달래주었을 대숲이 마른 그림자를 끌며 따라 나오던 겨울날을 잊을 수 없다.

 

*

시인은 시조, 동시, 시의 순서로 등단을 거친 남다른 시력을 보유하고 있다. 다양하고 전방위적인 창작을 아우르면서 장르를 고집하지 않는 멀티형 시인이기도 하다. 소재와 내용을 적격한 시형에 배치하는 행보를 통해 형식을 넘나드는 전천후적인 노련한 기량을 선보여왔다. 자유롭고 매이지 않는 시 정신으로, 타고난 문기와 핍진逼眞한 시혼을 가동하며 43년 동안 6권의 시조집과 4권의 시집, 2권의 동시집을 상재했다. 반세기에 이르는 오랜 세월을 벼리고 다져온 내공과 역량으로, 독자들의 사랑과 문단의 빛나는 평가를 받아온 시들을 다시 읽으며, 도저한 시의 궤적을 쫓아 그 필치와 창작혼을 만나보고자 한다.

♣♣

 

2. 내재율, 마음이 품은 운율

일찍이 어느 마음에도 부리지 않고 외로 알뜰히 지녀온 내 사랑, 그 사람 알고 나서 그 사람 몰 래 그 사람에게 주었는 줄 그 사람은 알까. 지금쯤 내 그 사랑은 그 사람 가까이서 그 사람의 머리 카락 날리는 꽃바람으로 머물거나, 혹은 그 사람이 가끔 거니는 산길에 이름 없는 풀꽃으로 피 어나서 그저 꽃인 듯이 그 사람의 얼굴 빤히 쳐다보는지도 모를 일인데, 이 진실을 그 사람은 알까

 

또 한편 그 사람에게도 나만큼 지녀온 사랑 있어 겉으론 짐짓 미워하고 속 다르게 마음으론 아 끼어서, 소중한 그 사람의 사랑 전부를 나 몰래 나에게 쏟았는지 어쨌는지 알 수 없고. 그리하여 그 사랑도 지금쯤 내 고적한 밤마다 하늘의 작은 별이 되어 그저 별인 듯이 나를 자상히 내려다보 거나, 허구한 날 나의 창에 머무르는 햇빛이 되어 온몸으로 따스히 나에게 기대오는지도 알 수 없 는 일인데, 아아 정말들 그 진실을 내가 알 리 있을까

-부지不知전문

 

사랑 온갖 마음은 얼마나 많은지 알 수도 없지만, 사랑은 도처마다 얼마나 가득한 조바심으로 은밀한 기척들을 내비치고 있을 것인가. 말과 글 이전의 표정과 몸짓, 그 비언어적 소통에 의지한 순정한 독백의 시편이 아름답다.

그 사람이 가끔 거니는 산길에”“풀꽃으로 피어나”, “꽃바람으로 그 사람의 머리카락을 날리거나 꽃인 듯이” “얼굴 빤히 쳐다보는사랑을, 그런 진실을 그 사람은 모를 것이고, 몰라도 외로 알뜰히 지녀온사랑에는 손상이 없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못내 낌새를 고대하는 게 사랑이라면, 사랑의 안타까운 부지不知끝내는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가. “그 사람또한 나만큼 지녀온 사랑 있어” “사랑 전부를 나 몰래 나에게 쏟았는지알 수 없지만, “별이 되어날 내려다보거나, “햇빛이 되어” “나에게 기대오는지도모를진대, “정말인들 그 진실을어떻게 알아차리게 될 것인가.

사랑하는 이들은 서로에게 햇빛이 되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원형의 상징으로 다가가고 싶어하면서, 한편으론 외로된 사랑의 행복한 역설을 느끼기도 한다. 세상의 풀꽃과 바람으로 별빛과 햇빛으로 맺어진 채, 물어볼 수 없는 사랑의 진실을 지켜가는 정경이 그윽하고 따스하기만 하다.

 

나 하나 꽃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꽃피어전문

 

시인을 일약 국민시인으로 등극하게 한 작품이다. 세상에 태어나는 시들은 무릇 생물과도 같아 스스로의 삶과 운명을 끌고 다니는 것은 아닐까. “나 하나 꽃피나 하나 물들어가는 일이 도무지 쉽지 않은 현실을 살고 있지만, 어떤 시는 끝까지 세상을 향한 위안과 희망을 놓으려 하질 않는다.

90년대 중반에 불씨를 지핀 시가 긴 화력을 뿜어내며 여전히 독자들의 열화 같은 사랑과 사회적 조명을 한몸에 받고 있다니, 가편의 위력이 놀랍기만 하다. 언제나 문명의 뒷전에 서 있기 일쑤인 시인에게 사이버 공간과 각종 매체를 통한 축포가 쏟아지는 일 자체가 아이러니한 이변이지만, 충실하게 살아남아 존재를 여실히 자리매김하는 시 한 편이 대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비교적 단기간에 완성했다는 이 시엔 누구나 부담 없는 이해가 가능한 언어의 조합이 있을 뿐이라고 시인은 잘라 말한다. 감동과 깨달음의 세계를 쉽고도 자연스럽게 전도하는 텍스트로서의 이 짤막한 작품은 독자를 잃어버린 시단의 고민을 해결하는 한 축으로 기능해도 좋을 것이다. 실로 교과서적인 주제를 기저에 거두절미하듯 명쾌한 비유로 깔아놓은 시다. ‘하나는 모두가 변하기 위한 기폭장치이며, ‘하나의 꽃 핌은 곧 변화로 가는 첫 폭발이라고 시인은 말한다. 작은 폭발 하나가 연쇄반응을 일으켜 마침내 풀밭꽃밭이 되게 하는 시의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강렬하다. 성공한 한 편의 시가 시인들에게 주는 희망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경주 보문호반 둘레길에 시비詩碑로 서 있는 작품이다.

 

♣♣♣

 

3.외형률, 운율이 품은 마음

 

사월 아침 어디선가 쑥꾹새 문득 울면

 

열려오는 눈물바다 산이 들이 다 잠기고

 

한나절 나도 잠기는 뻐꾹뻐꾹 그 깊이

 

 

회상의 두레박은 설운 것만 길어 올려

 

잊어온 그 중에도 소중했던 사랑 하나

 

아리히 가슴에 쏟는 뻐꾹뻐꾹 그 아픔

-뻐꾹뻐꾹전문

 

등을 넘어간 쑥꾹새”. 쑥꾹새는 어디서 우는 것이며, 몸이 보이지 않는 그 울음은 얼마나 가뭇없는 울음일까. 마음 닿을 길 없는 그리움 쪽으로 사월 아침이 귀를 뻗으면, “열려오는 눈물바다에 산도 들도 화자의 한나절도 바닥 모르게 잠겨 든다. 그렇게 회상의 두레박을 드리우며 쑥꾹새 목청은 설운 것만길어 올리고, 그중에서도 소중했던 사랑 하나아리히 가슴에 쏟아 부으며 아물지 못한 긴 시간의 상처를 돌아보게 한다. 아픔의 깊이를 잴 수 없는 사랑이 천지간 큰 울음을 빚어내고야 마는 것이다.

뻐꾹뻐꾹”. 시의 혈관을 타고 들려오는 쑥꾹새 울음에서, 이승의 목숨을 파고드는 사랑의 한을 읽게 된다.

 

묻혀간 세월들이 그리운 저녁답은

더러는 호젓하니 옛 성터를 걸어보자

해 저문 고향마을을 찾아가듯 그렇게

 

얼마나 고운 꿈이 피고 진 자리길래

흡사 그 그루터기 같은 주춧돌이 이냥 남고

밟히는 기와쪽 하나도 꽃잎인 양 아픈가

 

저녁놀 쓸며 오는 저 오랜 어둠 속에

첨성대 머리 위로 별들은 다시 뜨고

오히려 핏빛 선연한 소쩍다새 울음소리

 

흰 달빛 그날다이 질척이는 고갯길을

토주土酒 몇 잔 기울이고 흥얼흥얼 넘노라면

한 천년 훌쩍 거슬러 나도 처용이어라

-반월성半月城전문

 

화자는 천년의 땅에 터를 잡고 산다. 풀 한 포기, 돌 하나도 역사를 물고 있는 곳이다. 산과 들을 오르내리고 마을과 거리를 걷는다는 건 서라벌의 오늘을 체현하며 살아간다는 뜻일 게다. “묻혀간 세월들이 그리운 저녁답”, “해 저문 고향마을을 찾아가듯반월성 옛 성터를 걷고 있는 화자를 뒤따르다 보면, “꿈이 피고 진 자리마다 주춧돌은 남아서 그루터기같고, 귀 떨어진 기와쪽도 아픈 꽃잎만 같다. 어둠이 저녁놀을 쓸며 오는 동안 첨성대는 머리 위로 별들을 켜 들고, “소쩍다새핏빛 선연한울음을 토해낸다. “흰 달빛 그날다이 질척이는 고갯길에 이르러, 마침내 화자는 토주 몇 잔 기울이한 천년 훌쩍 거슬러오르는 처용이 되고 싶다.

이방의 사내, 신라의 어지러운 밤을 관용으로 이겨낸 남자, 담대하고 위풍당당했던 영혼을 지닌 처용. 고향으로부터의 삶을 옮겨심은 땅에서, 과거와 현재가 동시대로 드나드는 삶을 허락받은 화자에게 덧씌워진 처용은 누구일까. ‘지금, 여기를 살아내지 않으면 안 되는 생존의 심경을 그 처지와 처세에 투사하고 의존하며, 동반하고 싶었던 자아의 페르소나가 아닐까. 특별한 상징을 지닌 그 존재를 내면의 자화상으로 그려내기에 옛 성터만 한 시공간의 배경도 없을 것이다. 화자에게 처용은 달리 우리들의 큰 형님이자 더불어 큰일 한 번 의논해 보고 싶은 멋쟁이”(처용 형님과 더불어) 형님이기도 하다.

가령 화폭에다 산 하나를 담는다 할 때

그 뉘도 모든 것을 다 옮길 순 없다

이것은 턱없이 작고 저는 너무 크므로

 

그러나 그렇더라도 요량 있는 화가라면

필경은 어렵잖이 한 법을 떠올리리

고삐에 우람한 황소 이끌리는 그런 이치!

 

하여 몇 개의 선, 얼마간의 여백으로도

살아 숨 쉬는 산 홀연히 옮겨 오고

물소리, 솔바람소리는 덤으로 얹혀서 온다

-시론詩論전문

 

시를 창작하는 태도나 방법에 대한 비유나 상징이 맞춤처럼 적절해 보이는 작품이다. 산수화를 그리는 행위와 시 쓰는 일은 서로 다르지 않으며, 빈 화폭에 산수를 들여놓듯 시도 그렇게 묘사를 하면 되는 거라고 시조 형식으로 쓴 시론詩論이 일러준다. 정형의 율격을 빌렸기에 시보다는 시조 쪽으로 좀 더 관점의 비중을 싣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유적 진술을 통해 시상을 진중하게 전개하면서 긴장을 유발하는 안정된 구도도 놀랍지만, “고삐에 우람한 황소 이끌리는 그런 이치에 다다르면 시조란 결코 녹록치 않은 공력과 화법을 요하는 장르라는 걸 알 수 있게 된다. “몇 개의 선얼마간의 여백은 소재와 시어들을 가득 채우는 무리한 욕심이 결코 시조가 될 수 없음을 천명하며, 나아가 시조만이 가지는 간결하고 절제된 미학적 특질을 강조하고 있다.

덜어내기와 빼기의 그림. 지우고 걷어내고 비워낸 무욕 끝에 살아남은 시적 표현들이야말로 여백속에서 생동하는 기운을 획득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갈 것이다. 말을 필요로 하지 않는 여백이야말로 불립문자의 몫이며, 문자 밖에서 무한 증식하는 표현의 권역이 아니겠는가. 시조는 가장 경제적인 장르이기에, 창작 행위 또한 숨을 아끼고 몸을 덜어내며 근육을 키워내는 고도의 긴축적인 문학 행위로 보는 것이다.

시조 짓는 묘미를 오랜/ 청자 항아리을 꽂는 기쁨에 비유하며, “작은 둘레큰 우주를 담아내는 흥미로운 작업으로 일깨운 동시조 시조 짓기도 같은 맥락에서 재미있게 읽힌다.

 

♣♣♣♣

 

4. 어린이, 어른의 아버지

 

바람은 아침 솔숲에

가지런히 머리를 감고

 

종일 들판으로 가서

보리밭을 누빈 다음

 

해질녘

언덕에 올라

억새꽃을 쓰다듬는다

 

바람은 저녁 대숲

댓잎들과 수런대다

 

외딴집 뒤꼍을 넘어가

문풍지도 울려보다가

 

한밤중

고른 숨소리로

잠이 든다, 고요가 된다

-바람은전문

 

바람의 하루가 궁금하다. 바람은 어디를 돌아다니다 어디서 잠이 드는지, 화자의 예민한 촉수가 바람의 꽁무니에 따라붙는다. “아침 솔숲에” “머리를 감고해종일 보리밭을 누비다가 해질녘엔 언덕의 억새꽃을 쓰다듬던 바람은, “저녁 대숲에 들어 댓잎들과 수런대다” “외딴집 뒤꼍” “문풍지도 울려보다가” “한밤중이면 고른 숨소리로/ 잠이 든다”. “고요가 되는 것이다. 종일 세상과 몸 부딪고 놀다가 돌아와 잠드는 바람은 지칠 줄 모르는 동심의 힘을 표상하는 기제로 작동하는 듯하다.

바람은 감각이 몸이다. 감각의 몸을 입어야 바람이 된다는 걸 이 시는 오감을 동원해 묘파하고 있다. 세상을 누비고, 쓰다듬고, 수런대고, 울려보는 하루를 온몸으로 살아낸 뒤 마침내 고요가 되어 내일을 충전하는 바람의 삶을, 시인은 기운생동하는 물활론적 세계관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톱장수 톱풀

바늘장수 바늘꽃

가위장수 가위풀

골무장수 골무꽃

투구장수 투구꽃

갈퀴장수 갈퀴덩굴

짚신장수 짚신나물

놋젓가락장수 놋젓가락나물

 

산골 장날

온갖 장수 다 모였다

-산골 장날전문

 

풀꽃들의 이름은 친근하고 정겹다. 일상의 도구나 일용품, 혹은 사람의 외양이나 속성에 의탁해 명명되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연과 유래도 무시할 수 없다. 숲과 노지에 지천으로 핀 풀꽃과 나물들의 풍경이 산골 장날몰려든 온갖 장수들의 떠들썩한 모습들과 경쾌하게 오버랩된다. “톱풀갈퀴덩굴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적/ 도구”(우리나라 풀 이름 1)를 파는 톱장수”, “갈퀴장수와 같고, “바늘꽃”, “가위풀”, “골무꽃할머니의 할머니 적/ 바느질 기구”(우리나라 풀 이름 1)를 파는 바늘장수”, “가위장수”, “골무장수를 연상케 한다. “투구꽃짚신나물아슴아슴 사라져간 정겨운 물건들”(우리나라 풀 이름 익히기 1-민속박물관)의 얼굴과 흡사하다.

친숙한 소재와 흥미로운 내용이 소박한 재미와 즐거운 긴장을 안긴다. 수사와 허사를 배제한 채 최소한의 기본적인 뼈대만으로 쓴 작품이다. 더할 수도 뺄 수도 없는 철저한 언어의 절약으로 시 쓰기의 전략적 구사를 즐기는 시인만의 강점이 발휘된 시이다. 이보다 더 감량할 수 있겠는가.

 

♣♣♣♣♣

 

5. 나 하나 꽃피고 너 하나 꽃피어

 

행간의 허방만을 디딘 듯 혼란스럽다. 무엇을 들여다보고 어떻게 읽었는지 당혹스럽다. 시를 읽을 수 없으면 품으라고 어느 시인이 말했던가. 읽지 못하고 읽어갈 수 없었던 시들은 오래 품어두려 한다. 말 못 할 시들을 말로써 읽는다는 게 얼마나 낭패한 일이었는지 자책이 커진다. 그럼에도 시 읽기의 즐거움은 홀로 즐거운 일이다.

글 읽기로부터 글쓰기, 독자로부터 저자로 옮겨 앉으면서 읽는 즐거움과 쓰는 괴로움도 자리를 바꿔 앉게 되고, 고통에도 불이 붙기 시작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더라도 인생의 어느 순간 돌이킬 수 없는 걸음을 들여놓게 된 필연의 길이었다면, 문학과 시를 평생의 매혹적인 반려로 삼고 동행하려는 행복도 예삿일은 아닐 것이다.

나 하나 꽃피고 너 하나 꽃피어 풀밭이 꽃밭으로 달라진 뜰, 나 하나 물들고 너 하나 물들어 단풍으로 타오르는 산, 만물의 빛과 소리가 서로 받아들이고 비추면서 땅의 평화로 물결치는 시의 화엄 세계를 그려보는 날, 반환점을 돌아선 세월의 울 너머로 아리히흐르는 길을 지켜보고 계실 시인의 고즈넉한 눈길이 떠오른다.

 

*

외형률과 내재율, 동심의 장르를 두루 섭렵하며 통섭의 시를 써온 시인의 창작세계는, 세상과 세월의 웅숭깊은 비의와 섭리를 엿보고 깨닫게 한다.

이성과 감성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가운데, 대상의 본질과 개성을 통해 명상과 성찰을 유도하는 시편들은, 현자와도 같은 통찰과 직관의 세계를 지향하고 있는 듯하다. 운명과 의지가 서로 대척하고 길항하면서 화해와 합일에 다다르고자 하는 구도의 자세 또한 논리를 초월한 장력과 내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런 점이 필연적인 생의 역동을 부르는 강한 기운과 힘을 자아내기도 한다. 이 시집은 반세기 가까운 시력을 정산하고 새로운 시업을 열어가는 큰 의미와 의의를 갖는다. 다시 맞이할 시편들이 생의 노정과 내면 풍경을 어떻게 그려나갈지 알 수 없지만, 혈의 자리를 더 돋우는 고요하고 충일한 작업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시상을 비켜가지 않는 적확한 시어와 문장을 적소에 구사하고자 하는 철저한 문법 정신과 창작 의지로, 주제의 남다른 울림과 목소리를 통해, 문장의 소모적인 낭비와 현란한 제스처, 공소한 수식과 왜곡된 언어유희에 매몰된 작금의 글쓰기 세태에 대한 따끔한 일침도 놓치지 않는 시인. 사유의 잔뼈에 감성과 가락과 감각의 피돌기가 따라붙는 지난하고 고독한 외길을, 한 번에 두 걸음을 내딛지 않는 보법으로 점진하는 우보만리의 작품들을 기다리며, 독자들도 시인이 베풀 또 다른 시의 은전을 각별히 꿈꾸게 되리라 믿는다.


시인소개

조동화

 

1949년 경북 구미에서 태어났다. 197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조 낙화암이 당선된 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첨성대, 부산일보에 시 낙동강이 각각 당선되었다. 시집에 낙화암, 산성리에서, 강은 그림자가 없다, 낮은 물소리, 눈 내리는 밤, 영원을 꿈꾸다, 나 하나 꽃 피어, 고삐에 관한 명상9권과 우리나라 나비 새 풀 나무, 쥐똥나무 열매만한 시들, 우리나라 나비 새 풀 나무 2등 두 권의 동시집이 있다. 이번 시선집 낙동강은 그의 열세 번째 시집이다.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이호우시조문학상, 유심작품상, 통영문학상등을 받았다. 2017년 보문 둘레길 물너울교 부근에 시 나 하나 꽃피어가 경주시에 의해 시비로 세워졌다.

 

 

시인의 블로그 http://jodonghwa.blog.me/130157152855

메일 :jodongh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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